지금은 팬시문구점도 많이 없어졌지만 20대 초반까지도 팬시문구점을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그곳은 보물창고 같았다. 갈 때마다 특별히 필요한 물건도 아니지만 너무 예쁘고 귀엽고 갖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작은 피규어,상자,캐릭터인형,악세사리,필기구,보석함,스노볼,냉장고자석 등등 어쩜 그렇게 예쁘던지.
맘에 드는거 다 살 순 없고 필요하지 않지만 그냥 습관적으로 몇 개씩 구입을 했던 것 같다. 그 때 그 예쁜 물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순 없다. 버리거나 잊어버렸거나 관심밖이 되면서 어딘가에 쳐박히거나 였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다니는 여행지마다 스노볼을 사기 시작했다. 자유여행도 있고 패키지여행도 있었지만 멀리 온 여행에서 기념될만한 것은 꼭 사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 여행을 기념하기 위해 뭘 할까 하다가 예쁜 스노우볼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몇만원이나 되는 스노볼을 기념품 모은다는 생각에 아깝지도 않았다. 그렇게 모은 스노볼이 7개. 그리고 열쇠고리용 예쁜 인형도 몇 개 있다.
최근에 지금보다 작은 평수로 이사하기로 맘을 먹었다. 그러면서 지금 집에 있는 장식장이 없다는 가정하에 물건을 비워내기로 했다.
거실코너에 4칸으로 되어 있는 장식장 중에서 3칸이 그런 예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가장 아래칸에 있던 유리액자를 먼저 비웠다. 얼마나 오래됐던지 사진은 이미 액자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두 번째 칸에는 열쇠고리로 쓰면 예쁠 것 같았던 곰돌이 인형 3개가 아들 사진 옆에 놓여있다. 이것도 당근 마켓에 올려두었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세 번째 칸엔 스노볼이 놓여있다. 그렇게 꾸며 놓고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물건이다. 먼지가 이미 잔뜩 끼어있다. 당근 마켓 활용해서 팔려고 내놓았다.
그리고 맨 위칸은 각종 상장과 상패. 시커먼 먼지 때문에 닦는 수고로움을 들였다. 아직 케이스에 넣진 않았지만 이사가면 상자에 보관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예뻐도 결국 쓰레기가 된다. 매일 사용하는 그릇, 전자제품과 다르게 눈으로 보는 물건들이다 보니 굳이 그게 집에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을 꾸미는 것도 최대한 물건이 없는 상태에서 화분에 담긴 꽃 한 송이로도 충분히 집을 분위기 있고 아름답게 할 수가 있다.
이제는 어디 여행을 가도 예쁜 쓰레기가 될 물건은 사지 않는다. 차라리 그곳에서 더 맛있는 걸 먹고 사진을 많이 찍고 더 많은걸 경험한다.
추억을 기억하기에 사진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예쁜 쓰레기는 집에 들이지 말아달라고 가족들에게도 부탁 했다. 특히 남편에게는 술 먹고 뽑기한 인형도, 의미없은 피규어도 집으로는 가져오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나에게 주려고 일부러 힘들게 뽑아왔다고 생색내는데 그런 선물 좋아하지 않는다고, 차라리 꽃 한송이가 더 좋겠다고 부탁했다.
비우면 채우고 싶은게 사람이다. 물건 비운 자리를 굳이 물건으로 채우지 않아도 된다. 더더욱이 예쁜쓰레기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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