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혜의 여신, 지신입니다. 퇴사 후 깨달은 '그때 왜 그랬을까'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직장생활 19년 동안 8년을 워킹맘으로 살았습니다. 워킹맘으로 8년을 살면서 정말 후회되는게 하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워킹맘이지만 프리랜서이다보니 출퇴근해야하는 워킹맘 때 보다는 여유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참 수동적으로 살았습니다. 특히나 직장생활하면서 말이죠. 논쟁을 싫어하고 싸움이 무섭고 나는 부족한 사람이고 나는 잘난거 하나 없는 사람이고 나는 빽도 없는 사람이였거든요. 언니나 동생들처럼 예쁘지도 않았고 그런다고 키가 크지도 않았습니다. 늘 미운오리새끼라 불리웠고 그런 외모지적은 컴플렉스였습니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터라 언니와 저는 상고로 진학을 해서 둘다 운이 좋아 대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저는 그 자체가 감사했고 신입사원이라 마냥 이뻐하는 선배님들과 즐거운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선배님들이 하나둘 떠나고 어느새 저도 막내를 벗어났습니다.
연애경험도 거의 없던 제가 연하의 잘생긴 남자와 사내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습니다. (이건 또 나중에 풀께요. 할말이 너무 많아요) 살짝 늦었나? 싶은 31살에 결혼하고 얼마있다 아이가 생겼습니다. 계획에도 없었고 아직 아이갖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말이죠. 성인이 되고부터 늘 다이어트를 했던 터라 겨우 빼놨는데 아이를 낳는다는게 두렵기도 했습니다. 다시 나 퍼진 몸 되는거 아냐? 이런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참 못났습니다. 왜 그렇게 몸매에 집착했나 싶구요. 생각해보니 커서도 미운오리새끼가 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예뻐지고 싶더라구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나름 노력하고 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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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이 임신을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일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게 우선일겁니다.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쓰는 사람도 있고 말이죠. 지금은 아니겠지만 저때만 해도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출산휴가도 2개월에서 3개월로 바뀐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같구요.
생각해보니 임신했을때만큼 내가 행복하게 먹었던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볼도 통통하고 제 얼굴이 가장 예뻤던 시절이였답니다. (TV속 그녀의 얼굴이 아니니 과한 상상은 금물입니다)
그렇게 소중한 한 생명이 태어나고 출산휴가 3개월을 보냈습니다. 몸 푼지 좀 지났을땐지는 사실 정확히 생각이 안나는데 아무튼 고과철이였습니다. 아이가 12월5일 태어났으니 하반기 고과철이였겠죠. 생각없이 몸 풀고 쉬고 있었는데 제 가 하위고과를 받은겁니다. 그때까지 하위고과를 받은 경험도 없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해야할까요? 출산휴가 중 통보받은 하위고과에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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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과에 대한 이야기 하면 너무 길어지니 대략 말씀 드리면, 고과를 줄 수 있는 지표가 있는 부서면, 예를 들어 순위로 나타낼 수 있는 지표가 있으면 좋겠지만 많은 사원들 특히 여사원들의 지표는 객관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과를 챙겨줘야 승진을 하거나 무슨 대단한 이슈를 만들지 않으면 좋은 고과를 기대하기는 힘들었답니다. 좋은 고과는 남자들에게 가는 경우가 우선이였구요. 그도 그럴것이 중요직책은 남자들이 다수 맡고 있기도 했고 가장이라는 이유로 말이죠.
하위 고과는 억울하고 속상했지만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내 고과가 왜 하위 고과인지 확인조차 제대로 못했습니다. 저도 받아들인거죠 어떻게 보면. 내가 출산휴가 들어왔잖아. 내가 무슨 일을 했다고...이러 생각이였어요. 참 바보같았죠.. 잘하진 못해도 열심히는 했는데 말이예요.
나 같은 애가 이런곳에서 이정도 월급받고 있는것도 감사하자. 이런 마음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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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제가 너무 바보같아서 많이 울었네요. 나이가 몇갠데 여전히 내 인생에 자신도 없고, 행여 따지다가 회사에서 쫒겨날까봐 두렵기도 했구요. 함부로 사람 짤릴수 없는데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회사에 조금이라도 이의제기를 했다가 나 왕따 당하면 어떡해. 나 다른곳으로 발령나면 어떡해? 막 이런 생각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니 출산휴가가 휴가가 아니였어요. 육아휴직?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다시 회사 가서 내 자리 찾아야해. 이런 생각 뿐이였어요. 힘든 모유수유를 견디면서 모유가 나오지 않는게 다행이다 싶었어요. 빨리 몸 회복해서 회사 가야겠다 싶었거든요. 그렇게 회사 복귀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을 시작했죠. 여전히 수동적이였고 앞에서는 끽소리도 못하면서 뒤에서는 온갖 흉이란 흉은 다 보고 다녔어요. 이 회사를 싫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예요. 그 과장, 그 차장, 그 대리 한둘이 아니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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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우선이 될 수가 없었어요. 하위고과 받은걸 만회하고 싶었고, 아이 낳았지만 아이 때문에 일에 영향받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감사하게 친정엄마가 계셔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늦은 퇴근 후 아이를 보면 기쁜것도 잠시였어요.
잠이라도 자고 있지 잠도 안자고 있는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하루 종일 얼굴 못 본 엄마 보고 싶어서 억지로 참고 기다렸는데 엄마는 보자마자 짜증부터 내니. 아이도 힘들었을거예요. 그땐 정말 신랑도 저도 아이도 다 힘들었어요. 아이에게 하나씩 하나씩 설명해주고 아이가 할 수 있을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가 없었어요. 아이는 뭐든지 빨리빨리 해야했어요. 오줌싸는것도, 밥 먹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말이예요. 아이는 울고 투정 부려서도 안됐었어요. 그러면 제 출근이 늦어졌거든요. 너무 미안하죠. 그렇게 아둥바둥 아이의 마음을 모른척 하면서 버텼답니다.
지금은 초6이 되었는데 금쪽같은 내새끼라는 프로를 보면서 아이가 그러더라구요. 9살때까지 엄마는 악마였다고.
그 무렵 퇴사했네요. 아이의 말이 다 맞아요. 변명하기도 싫고. 저라도 저같은 엄마 싫었을꺼예요. 말투가 완전 명령조에다가 사랑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으니깐요. 씻어,빨리해,먹어,자,일어나.. 이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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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휴가가 딱 3개월인데요. 3개월 무렵에 아이와 정이 좀 생기더라구요. 눈도 이제 좀 맞추고 아이가 사람 모습 갖춰지면서 예뻐보이기 시작해요. 그러니깐 정이 좀 생길때쯤 전 복귀를 한거죠. 그 때 이어서 육아휴직을 썼으면 어땠을까. 내가 회사에 대한 조급함을 좀 내려놓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쉽게 그만둘꺼였으면서 아이에게 못된 엄마되고 회사에서 뭐 대단한 업적을 남긴것도 아니고 말이죠.
육아휴직도 쓰고 내가 쓸 수 있는 휴가도 좀 당당하게 쓰고. 그럴껄. 그러질 못했어요. 온갖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살았거든요. 어쩌면 그렇게 살아서 19년을 또 근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기업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여전히 삼성에 근무하는 친언니를 보면 전산 되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출근도 여유있게 하고 한달에 몇번은 퇴근을 4시에 하기도 하고. 좋아졌더라구요. 휴가도 의무적으로 써야하고 말이죠.
저도 퇴사하지 않고 계속 근무했다면 좋은 시절 맞이했겠죠? 아이도 점점 커가는데 제가 나쁜 엄마이기만 했을까요. 용돈도 팍팍 주고 집에도 적당히 없는 엄마이고 아이가 더 좋아했을꺼예요.
그랬다면 지금의 능동적인 제 모습 영원히 못 찾았을것 같아요. 못나면 못난대로 키 작으면 작은대로 제 모습 사랑하지 못했을거예요. 온갖 척이란 척은 다하고 살았던 제 가면 못 벗었을거예요. 가끔 시외로 일하러 가는 엄마의 부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아이가 느끼지 못했을거예요. 엄마가 가끔만 집에 늦게 왔으면 좋겠다고 하니 아이가 원한 엄마처럼 살고 있는 듯 합니다.
40이 되었을때 비로소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았으니 이거면 됐다고 생각합니다. 19년 직장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제 삶이 행복하고 감사한건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그때.. 육아휴직..왜 쓰지 않았을까..후회 됩니다.
육아휴직 고민하신다면 꼭꼭 사용하시길 바래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회사에서 소중한 존재일테니깐요.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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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깨달은 '그때 왜 그랬을까' 두번째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긴글 읽어주셔 감사드리구요.
대한민국 모든 워킹맘을 응원합니다. 그 워킹맘과 살고 있는 남편들도 응원하구요.
전 다음 포스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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